BE A POET
농암종택 양조장에서 전통 누룩을 이용해 17대 종부의 손으로 직접 쌀술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일엽편주는 농암 이현보의 어부가에서 따온 이름이며, 퇴계가 존경과 애정을 담아 농암에게 써준 어부가의 일엽편주 글자를 집자해 병목에 둘렀습니다. 라벨 역시 과거의 방식대로 활판인쇄로 목판의 느낌 그대로 재현해냈습니다.
꽃 피는 봄과 달 밝은 가을 분강에서의 뱃놀이.
그 아름다운 장면 속에서 일엽편주의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퇴계 이황이 농암 종택 애일당에 올라 지은 한 수의 시가 어느 가을의 한 장면을 전합니다.
높은 대에 올라 새로 울리는 곡조로 깊은 가을을 감상하고,
손으로 국화를 꺾어 들며 갈매기와 마주합니다.
우러러본 그 덕은 지금도 맑은 밤의 꿈이 되어,
밝은 달이 다시 물 위 중추에 떠오릅니다.
국화가 만발한 가을이 지나면, 길은 눈으로 끊어지고 사람의 마음 또한 계절처럼 더디게 닿습니다. 국화로 빚은 가을의 꽃술 한 잔에는 지나간 꿈 같은 날들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움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설렘이 함께 담겼을지도 모릅니다.
농암과 퇴계는 벗을 넘어, 삶과 학문을 함께 견인해 온 각별한 사이였습니다. 농암과 퇴계가 겨울 동안 주고받은 편지 가운데, 농암의 편지 속 글 한 부분을 옮겨봅니다. 겨울 동안에도 이어진 편지 속에는 벼슬의 무게와 시대의 책임, 그리고 서로를 향한 깊은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